서비스 청사진으로 그려 본 호텔 체크인, 고객이 보지 못하는 선 아래의 품질
가시선 아래의 직원 업무와 지원 시스템까지 한 장에 그리면 실패 지점이 미리 보인다

고객이 체크인 카운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몇 분을 위해 예약 확인, 객실 상태 확인, 결제 승인, 키 발급이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달아 일어난다.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은 이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을 한 장에 그려, 서비스품질이 어디에서 무너질 수 있는지를 미리 보게 하는 도구이다.
청사진은 무엇을 그리는가
서비스 청사진은 Shostack(1984)이 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한 글에서 제안하였다. 그는 서비스를 제조 공정처럼 설계해야 한다고 보고, 서비스의 단계와 고객이 볼 수 있는 경계, 실패가 일어날 수 있는 지점을 도식으로 나타내자고 하였다. 이후 Bitner, Ostrom과 Morgan(2008)은 기업 현장에서 쓰이는 청사진의 표준적인 구성을 정리하였다. 그 구성은 다섯 층과 세 개의 선으로 요약된다.
- 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 고객이 보고 만지는 것. 로비, 카운터, 키오스크 화면, 객실 키
- 고객 행동(Customer Actions): 도착, 예약 확인 요청, 신분증 제시, 결제, 키 수령
- 현장 직원 행동(Onstage Actions): 고객 앞에서 직원이 하는 일. 인사, 예약 조회, 안내
- 후방 직원 행동(Backstage Actions): 고객이 보지 못하는 직원의 일. 객실 배정 조정, 하우스키핑과의 연락
- 지원 프로세스(Support Processes): 직원을 돕는 내부 부서와 시스템. 객실관리시스템(PMS), 결제 승인, 키 발급 장치
층 사이에는 고객과 직원이 직접 만나는 상호작용선(Line of Interaction), 고객이 볼 수 있는 범위를 가르는 가시선(Line of Visibility), 직원과 지원 프로세스를 가르는 내부 상호작용선(Line of Internal Interaction)이 그어진다.
호텔 체크인을 청사진으로 그리면
체크인을 청사진으로 옮기면 가시선 아래가 생각보다 두껍다는 것이 드러난다. 고객이 "예약자 이름을 말한다"는 한 칸 아래에는 직원의 예약 조회가 있고, 그 아래에는 PMS의 조회 기능과 외부 판매 채널에서 넘어온 예약 데이터가 있다. 고객이 "객실 키를 받는다"는 칸 아래에는 객실 청소 완료 여부의 확인, 하우스키핑의 상태 갱신, 키 발급 장치와 PMS의 연동이 놓여 있다.
이렇게 그려 보면 고객이 경험하는 지연의 원인이 어느 층에 있는지 구분할 수 있다. 직원의 숙련도 문제인지, 하우스키핑과의 정보 전달 문제인지, 시스템의 응답 지연인지에 따라 개선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 설문 점수만으로는 이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SERVQUAL 이후, 호텔 서비스품질 측정은 시스템을 보고 있는가에서도 다루었다.
실패 지점을 미리 표시한다
Shostack이 청사진에서 특히 강조한 것은 실패 지점(Fail Point)의 표시이다. 서비스가 잘못될 가능성이 높은 단계에 미리 표시를 해 두고, 대비 절차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체크인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점을 생각할 수 있다.
- 예약이 조회되지 않는 경우: 외부 채널의 예약이 PMS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거나 이름 표기가 다른 경우
- 객실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 청소는 끝났지만 상태가 갱신되지 않은 경우
- 결제 승인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경우
- 키오스크가 처리하지 못하고 직원에게 넘겨야 하는 경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내부 상호작용선 근처, 즉 직원과 시스템이 만나는 곳에 있다. 고객은 그 아래를 보지 못하지만, 실패의 결과는 가시선을 뚫고 올라와 고객이 겪는 기다림과 불편이 된다. 실패가 일어난 뒤 사람이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는 키오스크가 멈춘 그 순간, 서비스 회복은 사람의 몫이다에서 정리하였다.
갭 모형과의 연결
서비스품질 갭 모형(Gap Model)에서 Parasuraman, Zeithaml과 Berry(1985)는 경영진이 이해한 고객 기대가 서비스 설계와 표준으로 제대로 옮겨지지 않을 때 생기는 차이를 하나의 갭으로 제시하였다. 청사진은 이 차이를 줄이는 도구로 볼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한 체크인"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단계, 담당자, 시스템, 실패 대비 절차라는 구체적인 설계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다.
편집부의 제안
편집부는 호텔이 청사진을 다음과 같이 활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 현장 직원과 함께 그린다: 후방 업무와 시스템의 실제 동작은 매뉴얼보다 현장 직원이 더 잘 안다.
- 지원 프로세스 층에 시스템 이름을 적는다: PMS, 채널 매니저, 결제, 키 발급 장치처럼 구체적으로 적어야 장애가 났을 때 영향 범위를 알 수 있다.
- 실패 지점을 테스트와 교육의 목록으로 쓴다: 표시한 실패 지점은 시스템 변경 때 확인할 테스트 항목이자 신입 직원이 익혀야 할 예외 대응 목록이 된다.
고객이 보는 품질은 가시선 위에 있지만, 그 품질을 만드는 일의 대부분은 가시선 아래에서 일어난다.
맺으며
서비스 청사진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그러나 고객 접점이 키오스크와 모바일로 옮겨 가고 지원 프로세스 층이 점점 두꺼워지는 지금, 그 쓸모는 오히려 커졌다. 보이지 않는 선 아래를 그려 보는 일은 서비스품질 관리와 시스템 품질관리가 같은 지도를 보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 Shostack, G. L. (1984). Designing services that deliver. Harvard Business Review, 62(1), 133–139.
- Bitner, M. J., Ostrom, A. L., & Morgan, F. N. (2008). Service blueprinting: A practical technique for service innovation.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50(3), 66–94.
- Parasuraman, A., Zeithaml, V. A., & Berry, L. L. (1985). A conceptual model of service quality and its implications for future research. Journal of Marketing, 49(4), 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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